[실박스사연] 내 동생 노랭이, 꽁댕이, 꽁지

반려동물 정보
2018년 9월 22일. 스무 살의 그날, 예술대 앞에 주차된 차 보닛 안에서 들리던 야옹야옹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소리를 따라 조심스럽게 꺼내 안은 아이가 꽁지였어요.
손바닥만 한 몸으로, 겁에 질려 웅크린 채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고 있던 아이였어요.
차가운 공간 안에서 떨고 있던 그 작은 몸을 “괜찮아”라는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꺼내 안았던 순간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아이보다 제가 더 떨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날 저는 고양이를 한 마리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꽁지가 제 인생으로 들어오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꽁지는 우리 집 둘째가 되었고, 유난히 예민한 먼지는 아무 말 없이 그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낯을 가릴 법도 한데, 먼지는 꽁지를 밀어내지 않았고 꽁지는 처음부터 그 옆자리를 자기 자리인 것처럼 차지했어요.
둘은 정말 쌍둥이처럼 지냈습니다. 퍼즐처럼 몸을 맞추고 하나처럼 잠들었고, 한 아이가 밥을 남기면 다른 아이도 덩달아 천천히 먹었고, 어느 쪽이 아프면 이유 없이 다른 쪽도 기운이 없어졌습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늘 같은 리듬으로 살아가던 아이들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일곱 살 생일을 지나 두 달을 더 살고는 꽁지가 먼저 떠났습니다.
꽁지는 늘 상냥한 아이였어요. 사람을 경계하기보다 먼저 다가오는 개냥이였고, 기분이 좋으면 이름처럼 긴 꼬리를 다리에 감아오며 인사를 해주던, 늘 사랑을 주던 고양이였습니다.
힘든 날에는 말없이 옆자리에 와 앉아 있었고, 야옹 하고 부르지도 않은 채 물끄러미 앉아 따뜻한 눈으로 위로를 건네줬어요.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모든 일상에서 제 곁을 지켜주던 아이였어요.
꽁지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집은 더 따뜻해지고, 하루는 조금 덜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크게 울지도, 먼저 나서지도 않았지만 꽁지는 늘 가장 가까이 있던 아이였어요.
꽁지가 떠난 후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은 그대로인데, 꽁지가 있던 자리는 끝내 비어 있습니다. 먼지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나칠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냄새를 킁킁 맡고, 울며 찾아다니더니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익숙해진 듯 돌아섭니다. 그 모습이 더 마음에 남고 시립니다.
꽁지는 제 스무 살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가장 중요한 시간들을 함께 살아준 아이였습니다.
먼지에게는 평생의 동생이었고, 저에게는 일상의 일부였어요.
비록 지금은 곁에 없지만, 꽁지는 여전히 우리 집의 일부로, 먼지의 하루와 제 기억 속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차가운 보닛 속에서 시작된 인연이 제 삶을 이렇게 깊고 따뜻하게 바꿔 놓았다는 걸, 꽁지는 끝까지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고 떠났습니다.
꽁지는 잠시 머물다 간 존재가 아니라, 제 인생 한가운데를 함께 살아준 아이였어요.
그런 꽁지를 추억할 수 있는 목걸이로 함께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모두들 아가들과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동생 노랭이 황꽁지! 영원히 사랑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