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박스사연] 금이야 옥이야

반려동물 정보
모든 것에 지친 갱년기, 모든 것이 싫어진 사춘기가 만나 치열한 호르몬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자신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길 바랐지만,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줄 마음의 여유는 부족했었나봅니다.
같이 심리 상담도 받아 보고,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우연히 동네 펫샵에 들려보았어요.
거기에서 운명처럼 우리 막둥이를 만났습니다. 너무 어리고 약해 보여서 저는 안된다고 했지만 딸아이가 이 아이를 한번 안아 보고서는 다른 강아지들은 보지도 않고 내려 놓지를 못했습니다. 여리고 약하고 누군가 사랑해주길 기다리는 모습에서 자기의 모습이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날로 라라는 저희 식구가 되었습니다.
초보 견주라 지식도 너무 부족했고 경험도 부족해서 모든 것이 서툴렀겠지만, 이 작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었고, 오랜만에 식구들 모두 한마음이 되어서 강아지 육아에 적극 참여했어요.
사료를 먹다가 밥그릇에 얼굴을 묻고 잠든 모습도, 간식 하나 먹겠다고 앉아 손 엎드려를 해내며 집중하는 모습도, 가끔 자기 똥을 먹어치우는 엽기적인 행각도 식구들과 함께 나누니 추억으로 사랑으로 쌓이며 그렇게 우리는 더 깊은 가족이 되었습니다.
막둥이의 철부지 모습에 잠시 잊고 있었던 아들 딸 아이의 귀엽던 어린 시절 모습도 보였고, 사랑하기 때문에 때로는 엄격할수 밖에 없는 보호자로서의 모습에서 자기들을 키워왔던 엄마 아빠의 마음도 느꼈겠지요. 라라가 밥이라도 안먹고 있으면 어디 아픈가 걱정되고, 밤에 나와 보며 춥지 않나 이불도 덥어주는 작은 마음도요.
그렇게 라라가 일년 정도 되었을 때 사건이 터졌습니다.
온식구가 외출한 사이 폐약품으로 버리려고 모아 두었던 사람 약봉지를 라라가 서랍에서 잡아 당겨 꺼내 온 바닥에 흩뿌려 놓은 것입니다 ㅜㅜ
약이 꽤 많았어서 어떤 약을 얼마나 먹은 건지 알수도 없었고 저는 아이를 안고 일단 병원으로 뛰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큰일이 날수도 있다며 구토 유발제로 구토를 시키고, 전체 검사를 하고 상태를 지켜보자며 입원을 시켜서 저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어요. 현관에서 병원 서류를 들고 망연자실 혼자 서있을 때 집에 귀가하던 딸아이를 만났습니다. 딸아이는 무슨 일이냐고 놀라며 물었습니다. 딸 아이를 보니 저는 울음이 터져서 얘기도 잘 못하면서 간신히 "라라가..." 한마디를 했는데, 딸아이는 저를 와락 안으면서 "엄마가 아픈 게 아닌거지?"하며 울더라구요. 병원 서류를 보며 놀라 혹시 엄마가 아픈 건가 걱정을 했나 봅니다. 서로 치열하게 부딪히고 상처도 냈지만 그 깊은 곳의 사랑은 깨트릴 수 없는 것이니까요.
너무나도 다행히 라라는 별 탈 없이 퇴원해서 아직도 우리 식구의 소중한 금이야 옥이야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이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해준 기회가 되었네요.
또 그이후 홈캠도 설치하고, 강아지에게 위험할 수 있는 환경은 철저히 막고 관리하게 되었구요. 병원비에 깜짝 놀라서 우리 아이 건강하게 지켜줄 강아지 보험도 가입했습니다 ㅎㅎ
요즘도 가족톡의 시작은 막둥이 사진이구요, 아빠는 아무리 늦게 퇴근하고 피곤해도 저녁 산책을 꼭 잊지 않고 시켜줍니다. 무뚝뚝한 오빠도 여행이라도 가면 막둥이 선물도 꼭 챙겨 옵니다. 그리고 막둥이가 엄마 다음으로 좋아하는 영혼의 단짝 언니는 막둥이 눈높이에? 딱 맞춤으로 놀아줘서 엄마의 잠자던 성질을 또 깨워주고요 ㅎㅎ
아직도 진행형인 갱년기와 사춘기의 대결이 있지만 우리 소중한 털복숭이 따듯한 막둥이가 이어주는 사랑으로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하고 행복하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