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박스사연]한방에 여섯마리 집사 됨
반려동물 정보
누구나 길을 지나갈 때 볼 수 있는 흔한 길고양이. 길 생활에 익숙해 사람 손을 타지 않고 공격성도 심했던 고양이가 우리 가족이 된 사연.
길고양이를 보면 "어, 고양이네" 정도만 생각하고 지나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180도 다른 삶이 되어 버렸어요. 3년 전 7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웠던 날씨. 집에 있는데 계속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공동 현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는 엄마 고양이랑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안을 보고 울고 있고 안에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울고 있었어요. 더운 날씨를 잠깐 피해 들어왔다가 문이 닫히는 바람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밖으로 보내주려고 부르면 오히려 짐이 있는 구석에 들어가 숨는 바람에 유리문을 활짝 열어두면 알아서 나가겠지 생각하고 열어두었어요. 다음 날이 됐는데 엄마 고양이랑 새끼들은 잘 만났지만, 주차장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주차장에 숨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고양이 간식을 사서 주었어요.
엄마 고양이는 턱시도였고, 네 마리 새끼들은 푸른 눈동자에 검정, 노란 줄무늬, 회색 줄무늬, 삼색으로 각자 털색이 달라서 고양이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누가 누군지 알겠더라고요. 털색이 각기 다른 새끼들을 낳은 것도 신기했어요.
일부러 챙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라, 보이면 간식을 사주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모두 안 보여서 이제 다른 곳으로 떠났구나 하고 며칠이 지났어요. 반갑게도 엄마 고양이랑 새끼 두 마리를 다시 보게 됐어요. 그런데 다른 새끼들은 안 보이더라고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두 마리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제서야 두 마리가 잘못된 것 같아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내가 더 잘 챙겨줬으면 같이 있을 텐데 하는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이름도 지어주고 밥도 챙겨주기 시작했어요.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던 남편도 내가 몰래 밥 주고 있다는 걸 알고 매일 밤 같이 가 줬어요. 그렇게 밥을 주다 보니 애들이 다치면 어쩌지? 갑자기 안 오면 어쩌지? 불안함이 점점 더 커져 갈 때쯤 태풍 소식이 들려왔어요. 지금도 기억하는 힌남노 태풍.
태풍이 오기 전날 무작정 이동장 두 개, 화장실, 화장실 모래만 사서 이동장에 츄르로 유인해 잡았어요. 새끼 두 마리는 생각보다 쉽게 잡혔고 엄마 고양이는 한 번 실패했지만 새끼들 때문인지 지금 생각하면 잡혀 주었어요.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나 고양이들이 집에 적응하기 시작했을 무렵, 엄마 고양이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어요. 고양이 임신 기간이 짧은 줄 몰랐던 때라 배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병원에 찾아갔는데 임신이었어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서 급하게 산실도 꾸며주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태교도 해주고, 집에 온 지 한 달 만에 정말 작고 예쁜 여섯 마리 고양이를 출산했어요. 첫 출산이 아니어서 그런지 능숙하게 잘 돌보는 엄마 고양이가 신기하고 대견했고, 탄생의 순간이 너무 경이로웠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작은 고양이는 처음 봤거든요. 눈을 뜨고 이도 나고 화장실도 알아서 가는 신기한 성장 과정들을 볼 수 있었어요. 이 시기 하루하루 너무 소중하고 벅차오르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아홉 마리를 모두 키울 수는 없어서 젖 뗄 시기가 됐을 때 셋은 입양을 보냈어요.
3년이 지난 지금 여섯 고양이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