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박스사연]입양신청 취소대장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겁쟁이 아이가 세상을 받아들이기까지

반려동물 정보
1. 우리 아이와 첫 만남, 입양을 결심한 이유
제 하나뿐인 반려견 '세리'를 만난건 23년 추운 겨울, 한 보호소에서 였습니다. 늘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을 꿈꿔왔지만 강아지를 반려해본 적은 없었던 당시의 저는 무작정 강아지에대해 알고싶다는 마음으로 보호소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봉사 초반에 보았던 '세리'는 존재감이 거의 없을정도로 사람의 손길과 시선을 피해 구석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아이였습니다.
당연히 많은 방문객과 봉사자분들의 눈에도 잘 띄지않았기에 늘 일손이 부족했던 보호소에서 사회성이 좋고 산책을 잘하는 아이들에 비해 산책 같은 사화화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었어요.
당시엔 저 또한 강아지를 대하는 법이 익숙하지 않았던터라 자연스레 사회성 좋고 사람을 잘 따르는 동배 강아지들에게 더 눈길과 마음이 가더라구요.
그렇게 몇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모두의 관심에서 한 발짝 멀리있던 소심한 '세리'가 제 눈에 들어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은 강아지와 낯선 방문객이 드나드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이 소심하고 만만한 '세리'의 엉덩이나 꼬리를 물며 화풀이를 하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싫으면 싫다고, 하지말라고, 으르릉 대거나 한 번쯤 짖을뻔도 한데, 그저 물려서 아픈 꼬리를 구석에서 조용히 햝아대기만하는 이 소심하고 얌전한 아이를 매번 보고있자니 어느새 제 마음속에선 많은 아이들 중 더 아픈 손가락이 있는것 저럼 눈길이 한번이라도 더 가게 되었다는걸 느꼈어요.
그러던차에 '세리'를 입양신청하신 분들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또 한번의 입양취소를 겪게되자
'여기있는거보단 서툴더라도 나랑 사는게 더 낫지않을까?'
하는 마음이 깊어져 용기내서 입양을 하게 되었습니다.
2. 더 좋은 반려인이 되기 위한 다짐
'세리'가 더 건강하게 즐겁게 살 수 있도록 건강 관리를 위한 모든것을 공부하려고 합니다!
'세리'는 1살 5개월 이라는 어린 나이에 저에게 왔기때문에 아주 건강할거라 생각했는데 함께 지내는 시간동안 보호소에선 발견하지 못했던 질환들을 발견하게되어 병원을 정말 많이 다녔어요.
다양한 식이 알러지는 기본이고, 슬개골탈구에, 올여름에는 서울대동물병원에서 특발성 이상운동증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고 힘들어 '왜 내 강아지에게 이런일이 생기는걸까' 하는 생각에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쏟아 케어하는만큼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세리'를 보며 보호에서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랑 살면서 케어하고 치료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세리'를 입양하며 더 좋은 반려인이 되고싶어 슬개골탈구가 있는 아이를 위해 독 피트니스 자격증을 취득했고, 허리가 길고 얇아 기성복이 잘 맞지않는 아이를 위해 옷을 만들어 입히게 되었으며, 온갖 알러지가 많아서 피부가 예민한 아이를 위해 이불과 방석을 손수 만들어 입혀왔어요.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싶은것은 돌발성 이상운동증 때문에 아무 사료나 먹을 수 없는 '세리'에게 맞는 자연식을 만드는 법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3. 함께 했던 다양한 추억들
아주 어린 젖먹이 시절 모견, 동배들과 함께 공사장에서 구조되었던 '세리'는 고립불안, 사람과의 친화, 켄넬링, 산책줄하기, 산책하기, 자동차타기, 위생미용 등..
반려견이라면 편안하게 살기위해 꼭 해야만 하는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했어요.
입양 직후에는 혼자 잠시라도 집에 남겨지는것과 산책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하네스라도 한 번 하려면 손가락 하나는 잘린다는 각오로 시도를 했어야 할 정도였어요.
저도 '세리'도 너무나 서툴렀기에 훈련사님의 도움을 받아 함께 공부하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산책도 좋아하고 처음 만나는 강아지 친구와 보호자님들께도 인사하고 신나게 노는 멋진 반려견이 되었답니다 :)
작년에는 배를타고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고, 차만타면 토하던 시절은 언제였나 기억나지 않을정도로 켄넬에 편하게 누워 장거리 여행까지 함께 다녀올 수 있는 멋진 강아지가 되었어요 :)
이제 함께한지 2년 남짓의 시간이 되어가며 세리와 꽤 많은 추억들이 쌓였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세리가 처음으로 저에게 배를 발라당 해주며 반겨주었을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