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박스사연] 호두야, 빨간 실 묶어도 될까
반려동물 정보
12월이네요. 첫만남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2018.12.04.화 오후 5시 즈음 정확히 기억납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갔을때 사람들의 충격이 이런느낌 이였을까?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어요!
당시 중학교 1학년 이였는데, 내년에는 대학생 3학년이 되네요
함께 한지 8년, 우리 강아지 나이는 9살입니다.
1.8kg 성견치고는 매우 적은 몸무게
짙은 눈물 자국 바짝 고른 등가죽
심하게 절뚝 거리던 왼쪽 다리
열쇠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두 눈 속 경계선
호두와 나의 첫만남 이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정말 작고 꼬질한채로
거실을 절뚝 절뚝 걷는 강아지
내 강아지
귀에는 온통 진드기 투성에 눈가는 눈물 자국과 눈꼽 가득
새까만 눈 속에 담긴 수많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마치 수많은 문장들이 새하얀 도화지 속 검은 글씨들로 빼곡히 채워진 느낌을 아직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랬던 강아지가 나와 함께 한지 8년이 되었다니
호두 생일은 연말기간이라 1년을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되네요
예쁜 내 강아지
이젠 깨어있는 시간보단 자는 시간이 더 많아 졌다.
어쩌면 애기때로 돌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릴적 못 잤던 잠 지금에서야 몰아 자는 거일수도
모든 반려동물들은 늙는게 아니라 아기로 되돌아가는거다
대소변을 못가리기 시작하고, 걸을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앉고, 하루의 대부분을 엎드려 잠만 자는게 영락없이 새끼시절과 다를게 없다
그냥 원래 하던대로 예뻐해주고 있는 힘껏 사랑해주면 된다
그러니 다들 반려동물의 흐르는 세월에 슬픔만 흘러보내지 마시길
나는 궁금했던 내 강아지의 새끼 시절을 볼 수 있어 새롭다고 생각한 다.
하면서도 문득 요즘 새로운 생각이 듭니다
오래된 민속적 상징중에 빨간 실은 인연의 색이자, 생과 사를 잇는 매개로 나오지 않습니까?
머리카락은 인간의 생명 흔적을 상징하고, 반려동물의 털은 그 존재의 영혼적 일부로 여긴다고도 해요.
그래서 그 둘을 묶는다는 건 -> 이 생에서 끝나지 않는 연결! 을 바라는 마음의 의례라고 하더라구요.
얼마전 몇몇 영상들에서도 죽은 반려동물 다리나 꼬리 등에 주인의 머리카락 일부를 빨간실로 묶어다 보내는 분들을 보았어요.
먼 미래에, 혹은 다음생에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하시면서요.
전 어떻게 해야하나요?
괜히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내 욕심으로 비롯된 마음
다음생에 다르게 태어날 수 있는거 돌고 돌아 나 때문에 바뀌어 버리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정말...!
완전히 놓아주고 어딘가에서 피어나길 바라야 할지!
실제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행위 자체가 놓는 연습이자 기억의 약속처럼 느껴져 자꾸만 주저하게 된다고 해야할까요.
호두는 이미 나의 시간 속에서 완성된 생명이죠
실 한가닥, 머리카락 조금 가지고는 다음 생의 흐름을 방해하는게 말도 안되고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얘를 사랑하고 축복하는 마음일건데 그게 막지 않을 것도 알아요 그치만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마음 다들 어떻게 달래시나요? 혼자 고민하다 실박스 사연이라는 걸 접하게 되어 남겨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글 처음 적어보는데 다짐을 적고싶어서 적어봅니다.
저는 호두 생일마다 축하 노래를 꼭 두번 불러 주는데요,
나와 만나기 전 진짜 호두가 태어났을 날도 축하해주고 싶어서요
돈 없는 대학생이라 케이크를 두개씩은 못해주지만 😅
호두야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내후년은 내년보다 더
아낌없이 표현하고 사랑해줄수 있기를
오랫동안 너의 생일을 계속 챙겨줄 수 있기를
잘부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