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박스 사연] “그날, 우리를 묶은 끈”
반려동물 정보
2025년 6월, 남자친구에게 처음으로 떠돌이개 한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만 조심스레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고, 다른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한 발 물러서는 아이.
그 조심스러운 성격과 어딘가 마음이 닿지 못한 듯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유 없이 가슴 한쪽이 자꾸만 쓰라렸습니다.
우연히 걷던 길에서 저는 그 아이를 다시 마주쳤습니다.
고깃집 앞, 손님들이 불쌍하다며 직접 줄을 사서 의자에 묶어두고 간 모습이었어요.
좋아 보여야 할 호의가, 아이에게는 한여름을 앞두고 뜨거워지는 길바닥 위에서 어딜 가지도 못하는 무력한 상황이 되어 있었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사람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은… 말없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한 장면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간식 공장을 운영하시는 남자친구 아버님께 조심스레 상황을 말씀드렸고,
“그래, 데려와 보라”는 단순하지만 따뜻한 한마디에 힘입어 그날 밤은 아이를 하루 동안 임보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이상하게 피곤함보다 설렘이 앞섰습니다.
그 하루는 지금도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낯선 집, 낯선 사람, 낯선 공기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마지막 기대를 놓지 않으려는 듯 제 곁에 천천히 다가오던 발걸음.
혹시 배고플까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과 물을 조심스레 내밀었을 때,
경계와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작은 용기 끝에 한 입을 떼던 그 모습.
그리고 산책길에서 한 걸음 뒤따라오며 제 발소리를 쫓아오던 작은 발자국 소리까지.
크지 않은 순간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깊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 아이는… 나를 기억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 날, 아이를 남자친구 아버님께 데려다드렸지만 바쁜 일정 탓에 바깥에 묶여 지냈고
며칠 뒤, 아버님께서 “요즘 그 아이가 안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포인핸드를 열어본 순간, 화면 속에서 그대로 제 눈을 바라보는 듯한 그 모습이…
가슴을 단번에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습니다.
짧았던 임보의 하루가 그대로 되살아났고, 저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말했어요.
“그 아이… 우리가 데려오자.”
늦은 밤 당근마켓에서 급하게 이동장을 구하고,
다음 날 저는 출근해야 했기에 남자친구에게 보호소에 연락해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작은 우연과 마음들이 겹겹이 이어져
오월이는 제 삶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아온 듯한 느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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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시간이 아직 길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서툴고 낯설던 첫 산책, 제가 움직일 때마다 조심스레 발을 맞추며 따라오던 작은 체온,
편의점 앞에서 물을 마시며 제 눈을 바라보던 짧은 시선,
그리고 제 옆에 조용히 기대며 처음으로 마음을 내어주던 그 순간까지.
화려한 추억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소소함이 더 따뜻하게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오월아, 너는 아직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어린 아이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 보여준 작은 신뢰가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너는 아마 모를 거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마음속으로 천천히 다짐하게 되었어.
앞으로 너가 마음껏 뛰놀고, 기대고, 장난치고, 사랑을 표현하는 모든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는 반려인이 되겠다고.
너의 꼬리 흔드는 모습 하나에도,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작은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읽어내는
프로 오월이 해석가가 되기 위해 계속 배울 거라고.
때로는 너의 장난에 넘어가는 ‘멋진 바보’가 되는 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오월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배우고, 고치고, 성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너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이름처럼 내 삶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나의 오월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함께 쌓아갈 날들은 지금보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더 따뜻해질 거라 믿어.
아직은 작은 기억들뿐이지만, 앞으로 만들어갈 시간들은 분명히 우리들의 계절이 될 거야.
그 계절이—
언제나 오월처럼 부드럽고 포근하기를.
